사랑의 종말을 위한 서시 / 조병화
누구나 사랑할 자격은 있으나
누구나 이별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그것은 자유이지만
이별하는 그것은 자유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그것은 혼자서도 할 수 있으나
이별하는 그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사랑할 때는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으나
이별할 때는 용서할 수 있는 것만 용서됩니다.
사랑할 때는 겨울도 봄 같지마는
이별할 때는 봄도 겨울 같이 느껴집니다.
사랑할 때는 울어도 행복하지만
이별할 때는 웃어도 눈물이 흐릅니다.
부디 사랑을 위해 사랑을 하였거든
이별 역시 사랑을 위해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이별이 사랑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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