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투자 고삐를 조이며 ‘테슬라 따라잡기’에 골몰하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이 줄줄이 중도 포기를 선언한 것과 정반대다. 업계에서는 “주춤하는 순간, 기술 격차가 확 벌어진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1000억 위안(약 18조8075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지난달 16일 발표했다.
BYD는 자율주행 기능을 30만위안(약 5645만)원 이상의 상대적으로 비싼 차량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20만 위안(약 3763만원) 이상의 차량은 옵션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자율주행 선두주자인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장치 ‘오토 파일럿’과 유사한 자율주행 2.5~3단계에 해당한다. 운전대에서 양손을 놓고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다른 차를 추월하거나 장애물을 피하는 수준이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BYD가) 경쟁 업체와의 격차를 좁히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BYD와 테슬라는 전기치 시장에서 첨예하게 경쟁 중이다. 저렴한 전기차를 앞세운 BYD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테슬라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고가 차량들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할 경우 수익성 제고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이 회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꼽힌다. 자율주행보조 소프트웨어인 오토파일럿과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통해 테슬라는 이미 3억마일(4억8280만㎞)에 달하는 주행 영상 데이터를 확보했다. 또 테슬라 차량은 오토파일럿 기능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도 테슬라 측에 주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내는 데이터 플랫폼 역할을 한다. 그렇게 축적한 데이터는 ‘도조’라는 자율주행 수퍼컴퓨터에 지속 저장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학습시킨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최근 지난 1월 한달 새 2074억달러(약 277조원)가량 증발했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기행이 끊이지 않음에도 테슬라에 저력있다고 보는 이유는 이같은 자율주행 기술력에 있다. 머스크 CEO는 최근 도조 구축을 위해 AI 반도체에 5억 달러(약 6500억원) 이상을 쓰겠다며 투자 의지를 밝혔다.
자율주행 후발 주자들은 잰걸음으로 테슬라 따라잡기를 준비 중이다. 볼보를 인수한 중국 지리차는 지난해 9개의 저궤도 위성을 쏜 데 이어 지난달에만 위성 11개를 추가로 쐈다. 자율주행 차량용 내비게이션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위치 정보의 정밀도 다툼이 자율주행차의 성패를 가르는 만큼, 저궤도 위성을 늘려 이 오차를 줄이면 자율주행 성능을 향상할 수 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중국은 아마도 (기술력에서) 1~2년 정도 뒤쳐져 있을 것”이라면서 “그 격차를 좁히려는 추진력이 매우 강력하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 회사들에 비해 약 5년 뒤인 2013년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시작했지만, 중국의 자율주행차 누적 주행거리는 미국과 비슷한 7000만km(지난해 9월 기준)에 달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차로협동(車路協同) 전략’ 등을 구사한 덕택이다. 차량뿐 아니라 도로·카메라 등 도시 인프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쓰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자율주행 기술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오는 3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미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 모셔널의 유상 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함께 모셔널 합작에 참여한 미국 앱티브가 모셔널 유증에 참여하지 않기로 선언한 것과 반대 행보다. 6년 간 준비해온 모셔널의 무인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상용화가 미뤄지고 있지만 자율주행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2조5000억원을 투자해 모셔널 지분 50%를 확보했다. 자율주행은 기술이 미래차의 킬러 콘텐트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2028년 출시 목표로 ‘애플카’를 개발 중인 애플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일 약 11개월 동안 캘리포니아주 도로를 주행한 자율주행차들의 테스트 거리 기록을 분석한 결과, 애플의 주행 거리가 총 45만마일(72만4204.8㎞)이 넘어 1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보도했다.
국내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어떤 자율주행 방식이 시장을 확 바꿔놓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머지 않아 자율주행 기술은 소비자가 차를 선택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현재의 시행착오는 기술 혁신 과정에서 빚어진 경제성의 문제일 뿐이라 꾸준히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는 쪽에 기 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출처-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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